이완근 신성솔라에너지 회장 "남들 태양광 접을 때도 기술·투자 늘려…5년 만에 흑자전환 기대"

2017. 6. 27. 20:50밸브의신

이완근 신성솔라에너지 회장 "남들 태양광 접을 때도 기술·투자 늘려…5년 만에 흑자전환 기대"


기사 출처 :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5030142161


주위에서는 모두 ‘태양광 사업은 이제 끝났다’고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태양광 발전을 지원하던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이 끊겼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은 원가 이하 제품을 쏟아냈다. 국내 태양광 기업 대부분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완근 신성솔라에너지 회장(74)의 생각은 달랐다. 2011년부터 한 해 수백억원의 적자가 나는데도 태양광 전지, 모듈 기술 투자를 늘렸다. 설비투자로 생산 능력도 키웠다. 그는 “태양광 사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오히려 열의를 불태웠다. 사업에 뛰어든 지 40여년,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한 세월이었다. 이 회장은 “반도체 클린룸, 공정 자동화 장비 등 그동안 새로운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까지 늘 큰 위기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뚝심’에 힘입어 신성솔라에너지는 지난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의 대표적 태양광 기업 선에디슨으로부터 3년짜리 장기 공급 계약을 따낸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태양광에 많이 투자하는 일본에도 200억원어치 넘게 물건을 팔았다. 

2011년 5월 이후 가동률이 절반에도 못 미쳤던 공장이 요즘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는 5년 만에 이익을 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월드 스마트 에너지’ 전시회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국제전시회를 매번 직접 챙기는지요. 

“일본에서 열리는 태양광 발전 전시회에는 안 빠지고 옵니다. 일본은 2012년부터 가정이나 빌딩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일정한 가격에 사주는 정책을 펴고 있어 수요가 많습니다. 태양광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연료전지 등 관련 산업 기술 흐름도 전시회에서 참고할 수 있어 도움이 됩니다.” 

▷태양광 사업에서 수익을 내는 국내 기업이 없습니다.

신성솔라에너지는 2011년 4월부터 적자를 냈습니다. 반짝 흑자 전환도 중간에 있었지만 적자가 쌓이는 구조였습니다. 산업 초기부터 중국발 공급 과잉이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절반 수준도 안 됐던 공장 가동률이 90% 넘게 뛰었습니다. 4분기에는 흑자도 냈습니다.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5년 만에 이익이 날 것 같습니다.”

▷실적이 좋아진 이유는 무엇입니까. 

“미국 태양광 기업 선에디슨으로부터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여기서 주문한 물량을 제대로 공급했다면 지난해 경상이익을 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공장을 정상적으로 돌리지 못하다 보니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집을 비워 놓으면 폐가가 되는데 공장 기계는 더합니다.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장비를 보수하느라 다섯 달을 까먹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자금이 필요해서 작년 말 유상증자까지 했습니다. 장비를 늘리고 고치는 데 100억원 정도 더 들어가야 합니다.” 

▷태양광 발전 업황이 좋아지고 있는 건가요.

“태양광 발전은 하나의 산업으로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올해 설치될 세계 태양광 발전 용량이 처음으로 50GW를 넘길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석유, 석탄 등 어떤 에너지원도 이렇게 많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산업 내에서 기업들은 엎치락뒤치락 할 테지만 태양광은 이제 시작입니다. 더구나 세계 절반 이상의 국가가 그리드패리티(태양광을 통해 생산한 전기의 발전원가가 석유 등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의 원가와 같아지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중국, 대만 업체들이 미국, 유럽연합의 반덤핑 제제를 받았습니다.

“한국 기업들에는 지금이 가장 큰 기회입니다. 우리한테 붙지 않는 관세가 중국 기업들에 더해지면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낮아집니다. 사실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싸게 제품을 공급했지만 고객관리는 소홀히 했습니다. 저질 제품을 판 뒤에 반품이나 리콜을 잘 안 해준 게 대표적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태양광 기업이라고 하면 어느 나라를 가도 환영받습니다. 공장을 지어 달라는 투자 요청도 들어옵니다. 올해는 사업 환경이 한결 나아질 것 같습니다.”

▷저유가로 태양광 발전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태양광 산업은 기름값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화석연료는 언젠가 소진될 텐데 그럼 그 이후에는 어떻게 전기를 만들어낼까요. 햇빛이든 바람이든 지열이든 신재생에너지로 결국 해야 합니다. 화석연료를 많이 써서 지구가 뜨거워지고 이 때문에 각종 재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보조금까지 줘가면서 신재생에너지를 키우려는 것도 화석연료가 가진 한계 때문입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태양광 발전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석유값이 떨어져서 타격이 있을까요. 전혀 없을 것입니다.”

▷국내 태양광 발전의 보급에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에너지 수급 구조상 태양광이 기저부하(날씨나 계절에 상관 없이 전력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는 기초전력) 전원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바뀔 때가 됐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태양광을 주력 에너지로 키우고 있습니다. 태양광 시장이 이렇게 커지고 있는데 우리는 준비가 부족합니다. 예컨대 요즘은 일반 가정에서도 손쉽게 태양광으로 전기 생산과 저장이 가능한데 국내에서는 이 전기를 직접 쓸 수 없습니다. 생산된 전기는 반드시 한국전력을 거쳐서 다른 곳으로 송출해야 합니다. 이런 법을 바꿔야 합니다.”

▷해외 투자도 검토하고 있는지요. 

“태양광 발전은 장치산업 성격이어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자금력만 받쳐준다면 해외 투자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이나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내걸고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지어 달라고 합니다.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은 자기들이 사주겠다고도 합니다. 한국 정부도 태양광 기업에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합니다.”

▷늘 새로운 사업 분야에 도전하는데 사업 선택시 기준이 있습니까.

“1977년 창업해서 전산실 에어컨, 제습기, 클린룸, 공정 자동화 장비, 태양광 등 그동안 많은 사업을 했습니다. 새 사업을 할 때 남들과 경쟁하지 않는 것을 찾습니다. 예컨대 에어컨이야 가정에서도 쓰지만 컴퓨터가 보급될 때 필요했던 전산실 에어컨은 공급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습니다. 특수 분야여서 돈도 더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장 또한 계속 커졌습니다. 이처럼 남이 안 하는 곳에 들어가 선점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려면 기술을 많이 연구하고 세계적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기업을 키워낸 핵심 동력은 무엇입니까.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클린룸을 1980년 초 지어 달라고 했을 때 무조건 하겠다고 했습니다. 공장 하나에 몇백억원씩 매출을 올리는 기회인데 어떻게 외국 회사에 뺏길 수 있겠습니까. 삼성전자가 워낙 빠르게 밀어붙이다 보니 외국 기업이 3년 걸릴 것을 우리는 1년 만에 해야 했습니다. 이걸 해내니까 이후 현대, LG 등이 반도체 사업 할 때도 전부 우리가 했습니다. 삼성전자와 일할 때 저는 한 번도 실수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절박했습니다. 공대 출신이 아니다 보니 기술을 몰라 새 사업에 뛰어들 때 더 용감했나 싶기도 합니다.” 

■ 이완근 회장은… 

이완근 회장은 1941년 경기 부천 소래면(현 시흥시)에서 태어났다. 성남고, 성균관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당초 교사가 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경원세기라는 에어컨 회사에서 뛰어난 영업실적을 거둔 것을 계기로 회사 동료와 1973년 첫 창업에 나섰다. 하지만 3년 만에 사업을 정리했다. 1977년 두 번째 창업을 했다. 이때 만든 회사가 현재 신성그룹의 모태가 된 신성기업사다. 신성기업은 냉동공기조절 사업으로 입지를 다진 뒤 1980년대 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클린룸(제조공간의 공기를 청정하게 하는 장치) 장비를 납품하면서 성장했다. 이후 공정 자동화 장비, 태양광 발전 등의 분야로 사업을 계속 확장했다. 

클린룸 사업을 하는 신성이엔지, 자동화 장비 기업 신성에프에이, 태양광이 주력인 신성솔라에너지 등이 그룹의 주요 계열사다. 이들 세 회사는 지난해 총 543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가운데 신성솔라에너지 매출은 전년 대비 27.6% 증가한 1895억원이었다. 이 회장은 작년 3월부터 전문경영인을 두지 않고 직접 신성솔라에너지 대표를 맡아 태양광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