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결과물과 인간관계

2019. 5. 21. 07:17로뎀나무/네번째

협상의 결과물보다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보게 하여서 스크랩 해 둔다.


원문 : https://publy.co/content/3016

손정의와 마윈의 협상이 남긴 두 가지


전직 영어 강사였던 마윈(Ma Yun)은 중국에서도 전자상거래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예상하고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지만, 수차례 실패했다. 그러던 1999년, 심기일전한 마윈은 직원 17명과 알리바바 온라인(Alibaba Online)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유럽계 투자회사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하던 차이충신(Joseph Tsai)이라는 글로벌 인재도 합류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마윈은 베이징을 방문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을 만났다. 중국의 수많은 기업가가 세계적인 투자자인 손정의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마윈에게도 1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손정의와 독대를 한 마윈이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가능성과 알리바바의 비전에 대해 6분여 정도를 설명했을 때, 손정의는 마윈의 프레젠테이션을 중단시켰다.

난 반드시 알리바바에 투자해야겠소.

당시 손정의는 30여 명 남짓한 팀으로 이루어진, 설립한 지 1년밖에 안 된 중국의 신생 IT 기업에 3000만 달러(한화 약 340억 원)라는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손정의가 알리바바에 투자를 결정한 2000년도는 전 세계적으로 닷컴 버블(dot-com bubble)*이 붕괴되고 있던 시기였다. 당시 검증되지 않은 중국의 신생 IT 기업에 300억 원 규모의 투자 제안을 한다는 것은 굉장한 리스크를 부담하는 결정이었다.

* 인터넷 사용률과 보급률이 급속히 확장되던 1997년부터 2001년 사이에 발생한 거품 경제 현상. 이 시기 인터넷 기반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관련 기업들의 주식이 폭등했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주식 시장은 다시 폭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마윈이
손정의의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

알리바바가 필요로 하는 금액은 그렇게 많지 않으며 현실적으로 2000만 달러(한화 약 225억 원)로도 충분하다는 이유였다. 당시 마윈은 손정의와의 관계를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첫 번째 계약에서 상대방에게 투자금을 조금 더 얻어 내려고 욕심부리지 않아도, 서로 신뢰가 쌓이면 향후에 더 좋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윈과 손정의의 역사적인 투자 계약이 체결되었고, 이를 계기로 둘 사이에는 돈독한 신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프트뱅크의 투자로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었다.
 
마윈을 신뢰하게 된 손정의는 알리바바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며 알리바바가 절실히 자금이 필요했던 2004년에 다시 한번 6000만 달러(한화 약 680억 원)의 투자를 결정한다. 마윈 역시 손정의라는 사람에 대한 깊은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손정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추후 합작 법인을 설립하여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이어나갔다.
 
2014년 9월, 손정의가 알리바바에 투자한 지 15년 만에 알리바바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다. 당시 알리바바의 기업 가치는 1667억 달러(한화 약 188조 2400억 원)에 이르렀고,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알리바바의 지분 가치는 578억 달러(한화 약 65조 2900억 원)로 불어났다. 알리바바의 상장을 통한 최대 수혜자 중 1명은 단연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정의였다.

돌이켜보면 마윈과 손정의는 단 6분간의 협상을 통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끈끈한 인간관계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 신뢰도 쌓을 수 있었다. 그들의 협상을 통해 우리는 성공한 협상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협상은 두 가지를 남긴다.

하나는 협상 결과물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관계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한 협상이다.
 
협상에서 많은 사람이 숫자로 나타나는 협상 결과물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그리고 상대를 쥐어짜서 조금이라도 더 얻어냈을 때, 마치 협상에서 승리한 것처럼 의기양양 해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협상은 필연적으로 관계에 상처를 남긴다.
 
좁디좁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한 번의 이익을 위해 인간관계와 신뢰를 잃으면, 상처를 입은 상대방은 다음 협상 테이블에 이를 갈고 나올 것이다. 설령 상대방과 직접 대면할 일이 없더라도 당신에 대한 부정적 평판이 업계에 퍼져 나가 직간접적으로 다른 협상에까지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협상이 남기는 두 가지인 협상 결과물과 인간관계 중에서 우리는 관계의 측면도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감성적이거나 도의적인 차원을 넘어, 추후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당시 마윈은 어떻게 6분 만에 손정의를 설득시켜 수백억 원의 투자를 끌어낼 수 있었을까? 2017년 손정의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왜 손정의 회장은 젊은 마윈에게 2000만 달러를 투자하였는가?
https://youtu.be/vPt1PG-Kznk
* Why Masayoshi Son Invested $20 Million in a Young Jack Ma ©Bloomberg Markets and Finance

마윈의 사업 계획은 변변치 않았고 영업이익도 전혀 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직원 수도 불과 30~40명에 불과했지요. 하지만 그의 눈빛이 너무나도 강렬했습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태도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나는 그가 강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그의 비즈니스 모델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과 상대방을 흡입하는 강한 매력에 나는 설득을 당했던 것입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때로는 이성과 논리보다 직감과 감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