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단체 이해와 만남 2

2015. 12. 7. 15:48선교 교회이야기

선교단체 이해와 만남 2

김동화 선교사 (GMF)

1. 선교단체가 좋은 선교사를 만들지는 못한다.

신학적 입장이 어떠하든, 역사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선교와 선교단체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의 교회가 총회 및 노회를 비롯해서 당회, 제직회, 남녀전도회, 주일학교, 교구, 구역, 순모임 등 신약성경이 명시하지 않는 다양한 내부 구조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고 해서 비성경적이라 말할 수 없듯이, 세계 선교라는 전문적이고 복합적인 과업의 효과적인 성취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기관과 체제를 활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도 청지기적인 일이다. 

양육 중심의 회중교회 구조(modality)와 과업 중심의 선교 구조(sodality)는 모두 사도행전에서 발견되는 구조로서 지상명령의 완수를 위해 어느 하나라도 빼놓을 수 없다. 따라서 둘을 상호 경쟁적 또는 배타적 구도로 보는 것은 잘못이며, 오히려 상호보완적 구도로 이해해야 한다. 선교단체의 자리 및 역할은, 선교적 전문성을 가지고 선교의 시행자인 지역교회로 하여금 지상명령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섬김이(servant)이다. 그것은 마치 목회자를 양성할 책임이 우선적으로 지역교회에 있으나, 정규 신학교육 부분은  그 부분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신학교에 위탁하는 관행과 유사하다 할 것이다.

지역교회는 선교사를 배출하는 모판이다. 흔히 좋은 선교사를 양성하려면 선교단체의 훈련 프로그램이 좋아야 하고, 파송이 된 후에 적절한 지원과 관리가 있어야 효과적으로 사역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선교 단체의 훈련 프로그램은 일종의 생산라인에 견줄 수 있는데, 생산라인이 아무리 좋아도 거기에 조달되는 원자재가 불량하면 좋은 제품을 기대할 수 없다. 선교적 원자재는 지역교회에서 배출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선교사 양성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은 지역교회의 몫이다. 지역교회는 선교적 교육과 동기부여, 영적 양육과 복음사역의 기회 제공을 통해 회중을 선교자원으로 전환해야 하고, 선교사역에 헌신하고자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공동체의 객관적 검증을 통한 걸러내기(screening) 역할을 감당해 주어야 한다. 지역교회에서 기초를 단단히 다진 양질의 선교헌신자에게 선교단체는 비로소 타문화권 사역에 필요한 준비와 전문성 훈련을 추가로 제공함으로써 바람직한 선교사를 양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교헌신자는 자신이 교회를 통해 어떤 준비를 하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속한 지역교회에서 어떤 사역을 해 왔으며 그러한 사역의 과정에서 어떻게 선교사가 되려는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헌신에 대해 지역교회의 동역자들은 어떤 평가를 할 것인지를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역교회의 사역에서 좋은 결실을 맺어서 그 교회에서 꼭 필요한 사역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좋은 선교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또한 선교사로 본격적인 훈련을 받고 파송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기도 지원과 후원을 받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첫 번째 선교사였던 바울과 바나바의 경우에도 그들을 파송한 안디옥 교회에 꼭 필요한 사역자였으며, 그들이 파송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사역하였다.

지역교회에서 검증되어야 할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팀워크에 관한 것이다. 선교헌신자가 지역교회의 사역에서 있어서 동료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가는 대단히 중요한 점이다. 선교사들이 실제 사역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팀워크이기 때문이다.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현지인들을 위해 사역을 하는 것보다 동료들과의 갈들과 어려움으로 인해 에너지를 소진하고 지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선교사 자신을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선교단체가 대인관계 훈련, 팀워크 훈련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선교단체에 문을 두드리기 전에 이러한 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2. 선교단체 선택에 있어서 실제적으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1) Career 개발

장기 선교사로, 특히 평생을 선교사로 사역하고 살기를 원한다면 선교단체가 소속 선교사들의 자기 계발과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지와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평균 수명이 80세 이상이 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속적인 훈련과 재교육 과정을 통해 사역의 전문성을 높여가서 70-80대에 이르기까지도 선교를 위하여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선교사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선교단체가 소속 선교사들이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을 격려하고 지원하며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려고 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년에 공식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되는 것은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적재적소에서 작은 일을 통해서라도 의미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평생을 통해 같은 일을 계속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또 노년이 되어서도 그냥 선교지에 남아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선교사는 가능하면 하루라도 빨리 자기가 사역하는 곳에 선교사가 필요 없게 되도록 사역해야 한다. 자신이 사역하는 곳에 자신이 계속 필요한 존재가 되기보다는 현지인들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현지 교회가 외부의 도움 없이도 유지되고 성장해 나가는 교회가 되도록 하는 선교사가 훌륭한 선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교사가 계속 한 군데 머무르게 되는 것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다른 사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바람직하다. 소속 선교사에게 이러한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준비하고 그간의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연륜이 쌓이면서 다른 형태의 적절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선교단체가 미리 계획을 세우고 이끌어가는 것이 좋다. 영적으로도 계속 성장해 가고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격려하는 선교단체인지 점검해 보는 것이 좋겠다. 물론 아직은 이러한 것을 잘 갖춘 선교단체를 찾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점이 있기는 하다.

(2) 안식년

선교사는 다른 문화권에서 사역하기 때문에 문화 충격 등 많은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4-5년에 한 번씩 1년 정도 안식년을 갖게 된다. 선교단체가 안식년을 맞게 되는 선교사를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선교사가 안식년 중에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인내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고 지나간 4-5년간의 사역을 돌아보고 다음 사역을 준비하도록 돕는 것도 선교단체의 역할 중에 하나이다. 안식년을 시작할 때에 선교사의 가족 모두에게 아무 두려움 없이 있는 그대로 지난 4-5년 동안의 애환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상담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는지, 그리고 사역에 대해 공식적인 평가와 향후 사역의 방향과 전략을 점검할 기회를 갖게 하는지도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안식년 기간 중에 있는 선교사 자녀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과 안식년 기간 중 필요한 주택문제등과 같은 후생 복리에 관한 것도 선교단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분야이다. 선교사가 지나치게 안락하고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대책은 효율적인 사역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3) 노후 대책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야하는 우리들에게 누후 대책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선교단체가 소속 선교사들이 적절한 연금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지, 의료 보험에 관한 것은 어떠한지, 노년에 주택이 필요한 선교사를 위해서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좋겠다. 더 나아가 가족이나 교회의 돌봄을 받기가 어려운 노령의 선교사들을 위한 요양 시설을 갖고 있거나, 적절한 요양 기관과 연계되어 있는지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선교사 파송의 역사가 짧은 한국의 선교단체들의 경우 아직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겠지만, 적어도 이에 대한 의식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선교사에게 모든 것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역자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니다.

2. 변화하는 상황과 선교 단체 선택

(1) Business as Mission

오늘날의 세계 선교의 화두로 Business as Mission(BAM)이 부상하고 있다. BAM이 크게 부상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선교사가 필요한 많은 지역이 '창의적' 접근이 필요로 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선교사로서 자유롭게 사역할 수 있는 지역은 아주 제한되어 있다. 이슬람권과 힌두교권 등을 비롯하여 많은 지역에서는 사업(business)을 경영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사역 방법이 없는 경우도 많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사업 경영을 사역의 수단이나 자비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 경영 그 자체가 복음을 증거하는 통합성을 가져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선교지에서 사업체를 경영할 만한 자질과 경험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BAM을 잘 할 수 있는 사역자를 찾는 선교단체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전문 기술과 사역 경영 역량을 갖춘 사역자로서 그러한 전문성과 아울러 사업 경영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들어낼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사역자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고 상당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치열한 비즈니스의 경쟁에서 이겨나가면서 그 사업 자체를 복음 증거의 기회로 삼을 준비를 갖추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역자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전략과 전문성을 갖춘 선교단체를 잘 선택하는 것도 선교헌신자의 몫이다.

(2) 총체적(Integral) 사역

세계 선교에 있어서 BAM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총체적 사역이라는 화두이다. BAM 또한 총체적 사역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총체적 사역은 영혼 구원과 인간의 다른 실제적인 필요를 채우는 사역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사역을 말한다. 영과 육, 그리고 성(聖)과 속(俗)을 분리하는 이원론적인 접근은 성경적인 세계관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BAM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개발 사역 등 선교지의 실제적인 필요를 채우는 사역에 있어서 이러한 통합적인 접근은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가난하고 낙후된 지역에 있어서 그곳 주민들이 단순히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열악한 환경의 개선 또한 타락한 질서로 부터의 구속과 회복을 이룬다는 통합적인 관점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또는 시혜자에게만 만족감을 주는 단견적인 구제사역이 아니라 현지인의 노력과 현지의 자원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사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 기술의 전수 등 여러가지 전문성을 갖춘 사역자가 필요하다. 선교단체가 이러한 점에서 어떤 시각을 갖고 있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3) Partnership 능력

오늘날의 세계 선교의 또 다른 화두는 partnership이다. 지난 2세기 이상의 세계 선교의 결과로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와 지역에 교회가 설립되어 있다. 그리고 세계화와 교통, 통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일방적인 선교 보다는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From everywhere to everywhere)' 선교가 이루어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이전에 없던 다양한 사역의 기회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교사의 역할은 개척자적인 역할보다는 현지 교회와 협력하고 현지 사역자들이 사역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지역에서 한국 선교사들은 현지 교회를 무시한 채, 자신들이 현지의 필요를 결정하고 독자적인 사역을 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현지 교회와 협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선교단체와의 협력 또한 대단히 중요한 것이 21세기 선교 현장의 상황이다. 선교사는 독자적으로 새로운 사역을 하기 보다는 이러한 협력관계 속에서 촉매, 또는 매개체의 역할을 잘해야 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관심 있는 선교단체가 이러한 점에서 어떤 준비와 경험이 있는지를 잘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앞으로는 한국에 와 있는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들을 향하여 많은 사역의 기회가 있는데, 이러한 사역을 잘 해 나갈 수 있는 선교단체에서 사역의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4) 공동체성

선교단체를 선택함에 있어서 살펴보아야 할 또 한 가지는 선교단체의 공동체성이다. 선교단체가 그 구성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는 그 구성원들은 그들 상호간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점이다. 각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들의 일을 하며 그렇게 각자가 자신의 일을 잘하기 위해 편의상 조직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는지, 아니면 하나의 공동체로서 그 안에서 삶을 나누고 서로를 세워가는 일을 잘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뜻 보기에는 후자를 좋아할 것 같지만, 실제에 있어 선교사들은 전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기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체로서의 모습을 갖고 있지 않은 선교단체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없으며, 그 역동성이나 생명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구성원들 간에 서로 사랑하고 삶을 나누는 모습이 있을 때 그 구성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역도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