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규에게 (2004.12.20)

2012. 5. 30. 00:38로뎀나무/첫번째

종규에게 (2004.12.20)

- 부디, 나의 마음이 잘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안녕 종규야.

 

시간이 무상하게 지나가는 듯이, 한 일은 없는 것 같지만 2004년도 마지막 달로 접어들었구나. 사회의 초년병으로 참 여러 가지 생각들-포부와 기개, 보람되고, 부풀은 꿈을 가진 생각들-을 가지고 사회에 발을 내디뎠던 것도 어제일 같은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찼던 포부들과 기개는 간 곳 없이 사라져 버렸고, 꿈꾸었던 이상향으로의 행진은 멀어진 것만 같다. 그래도 일하면서 얻는 보람이라도 건져야겠지만 그것마저도 '얄팍한 보람'이라고 여겨져 쓰레기통 속에 처넣고 싶은 심정마저 들 때가 있다.

 

우리들은 어렸을 적부터 옳음과 그름, 좋은 것 나쁜 것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았지만, 이제야 정말로 배운 것을 실천하는 '드넓은 마당'에서는 그른 방향으로 좋게 나아가고, 나쁜 곳으로만 옳게 가는지. ! 알 수도 없고, 답답하기도 하고, 분이 나기도 하며, 분에 못 이겨 제풀에 꺾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 알 수 없는 잘못된 것에 대항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가진 기본적인 생각은 '나도 휩쓸려 나쁜 길로 빠지기 싫다' 었다. 반대하지 않으면 나도 나쁜 길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반대자의 위치에 있기'는 내 자신의 마음을 더욱 병들게 만들었다. 이것은 결국 나를 교만한 자리에 놓게 되어 강팍하고, 딱딱하며, 분노를 품은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피폐한 마음은 더 서술하기가 싫구나......)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구나.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 내랴!'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다시 나의 어두운 마음이 온전케 되었다. 그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는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는 죄인인 나를 용서하신 감격의 은혜이며, 그 은혜 안에서는 내가 어려워했던 것들(나의 마음에 완악함 들, 내가 용서해야 될 부분들)이 쉽게 풀려질 수 있는 믿음이 생겼지.

 

하지만 또 다시 평상시와 같은 '그른 방향으로 좋게 나아가고, 나쁜 것으로만 옳게 가는' 삶의 현장에서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다시 성경의 몇몇 인물들을 생각해 본다면, 요셉은 형제들의 미움을 받아 노예로 팔려가서 죽을 고생을 다하면서도 꿈을 놓지 않고, 애굽(이집트)의 국무총리까지 되었고, 훗날 기근이 들었을 때에 다시 가족과 만나게 되면서 요셉이 이때를 위해서 하나님이 자신을 예비해 두었다는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말하지.

 

또 다윗은 하나님이 버린 사울 왕을 그래도 기름부음을 받은 왕이어서 절대로 사울 왕을 죽이지 않았지. 그리고 다니엘은 바빌론의 포로가 되어서 느부갓네살왕, 벨사살왕, 다리오왕, 고레스왕 들을 섬겼다. 이 왕들은 바빌론과 메대와 바사의 왕들로 느부갓네살왕 경우에는 난폭함의 극치를 달리던 왕이었다. 위의 성경 인물들의 공통점은 그래도 좋은 생각과 뜻을 가지고 삶을 살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는 무엇보다 하나님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고, 이 지혜는 이전에는 생각지 못한 하나님의 능력이 필요한 부분 임도 알게 되었다. 실질적(전에는 실재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지 못한 실질적)으로 두 가지가 나에게는 정말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이고, 둘째는 하나님의 지혜가 아닐까!

 

사람들은 각기 자신의 삶을 힘들어 하면서(안 그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대부분은 아마도)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난관들이 많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은혜와 하나님의 지혜로 아주 선하게 이겨내도록 하자.

 

저물어 가는 2004년이 광고에만 나오는 황금빛 석양으로 잘 마무리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인다.